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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부활절을 맞은 지 4주가 지났다. 지난 한 달간 우리 사회는 충격과 분노, 원망과 참회의 시간으로 들썩였고 여기저기서 시민들이 일어섰다. 

이러한 사회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교회는 조용했다. 누군가는 이 조용함을 정당화할 수 있겠지만, 교회를 다니는 20대로서 나는 여기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엄청난 사고 앞에서 종교가 조용히 있는 것이 괜찮은지 의문이 들었고, 마치 ‘예배 시간에는 가만히 있어야지’ 하는 안내 방송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답답함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이것은 신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나 특정 교회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부패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을 밝힌다.

참사 앞에서 교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 그 자체를 보여주었다. 4월의 비극을 두고 교회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정말 ‘우리가 미안합니다’, ‘신께서 위로하시기를’뿐이었을까. 교회가 배를 침몰시킨 것도 아닌데 뭐가 미안했을까. 모두가 패닉과 무기력에 빠져 있을 때, 여러 학자와 시대의 원로들이 세태를 진단하고 대중을 깨우치고 있을 때, 교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떤 행동 요령도 전하지 못한다.

왜 우리의 고질적인 기복신앙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배금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망령을 전파하는 데 일조했음을, 그래서 돈으로 대중을 미혹하는 개신교계 신흥 종교의 전횡을 막지 못했음을, 게다가 구원파를 포함한 그 종교들을 이단으로 규정할 뿐 견제하는 데는 게을리하였음을 통탄해하며 사회에 용서를 구하지 않는 것인가. 우리가 천국 가는 데 급급해서 사회 문제를 돌볼 시간이 없었고 우리 교회 부지 넓히고 알량한 돈과 자리를 놓고 싸우느라 ‘어떻게 드릴 말씀이 없네요’의 모양새로 일관하면 그만인가. 왜 이 사회가 참담한 현실 앞에 던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질문에 ‘말씀으로 돌아갑시다’, ‘애통해합시다’로 답한 채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름없는 ‘지금은 힘들겠지만 끝까지 힘내’의 구호만 되풀이하는 건가.

그동안 한국 교회는 이 사회를 ‘세상’이라 명명하며 타자화해왔다. 이러한 성(聖)과 속(俗)의 이분법적 시각은 세상으로부터 교회의 고립을 촉진했다. 스스로 세상에서 떨어져 나온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외면과 멸시를 당하고, 교회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세상까지 가닿지 못하고 내부에서만 순환될 뿐이다. 원죄, 예수, 구원, 성령, 믿음 등의 모티프들은 낙엽처럼 흩날릴 뿐 세상 가운데서 하나로 응집되어 빛을 발하지 못한다. 

교회는 세상이 과녁에서 벗어나 있는 죄의 상태이니 돌아오라고 끊임없이 구원을 강요하고 감정에 호소했지만 세상은 귀를 닫은 지 오래다. 세상이 귀를 닫으니 한국 교회는 복을 제안했다. 넘치는 복으로 교회를 꾸미면 세상이 관심을 보일 줄 알았지만 이 전략도 실패한다. 교회가 아무리 좋은 가치와 삶의 원리를 가지고 있어도 더러운 현실 정치와 사회에서 고개를 돌린 채 돈과 명예로 대변되는 자신들만의 성화(聖化)를 추구하니 올바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복을 구하는 성도만 양산해왔다.

기독교 구원과 신앙의 교리가 보편타당한 진리라면 이것은 우리 삶의 제1의 원리로 작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모두의 삶에 적용되는 진리이기 때문에 기독교 교리와 교회는 이 사회와 수많은 삶들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더구나 개신교계 신흥 종교가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개신교가 이 사건에 대해 아무 통각도 느끼지 못한 채 넘어갈 수는 없다. 하지만 교회는 침묵하고 있다. 그들이 조용한 이유는 지금이 국가적 상중(喪中)이어서도,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도, 뒤로 묵묵히 기도하며 자원 봉사를 실천하고 있어서도 아니다.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세상에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에 그 말과 행동에 영향력도 없을뿐더러, 교회 내부부터 곪아 있기 때문에 시대를 진단하고 치유에 나설 프레임도 없다. 진리를 표방하는 교회에는 위로의 말뿐 진정한 참회와 변혁은 없다.

나는 한국의 개신교에 참된 진리가 있다면, 지금까지의 자기최면적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초대 교회를 재건할 것을 제안한다. 침묵한 채로 교회가 어떠한 철학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대로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으며, 굳이 존재해야 한다면 구제와 돌봄에 힘썼던 원형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교회가 자신들만의 성화를 추구하는 데서 벗어나 종교와 사회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허무는 것이 시발점이 되리라고 본다.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세월호 사건을 위해 못해도 10년의 사회적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많은 교회들은 앞으로 10년간 이 병들고 슬픈 사회에 무슨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


김하영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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