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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바쁘지 않으면 인터넷 서점의 신간 서적을 검색한다. 책들을 훑어보다가 우연히 발견한게 작가정신에서 나온 소설 몇 권이었다.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 제목을 살펴보고는 작가정신에서 새로운 소설 몇 권을 발간했나보다 이렇게 생각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십여 년 전에 나온 소설향 시리즈가 새롭게 특별판으로 발간된 것이었다. 소설향 시리즈는 200페이지 정도의 중편소설로 시집 크기의 작은 사이즈에 가격도 시집 가격과 비슷한 팔천원 대다. 가방에 책을 넣어가지고 다녀도 부피감이 없어 어디든 가지고 다니기 좋은 책이다. 다만 함부로 다뤘다가는 찢길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책은 소중하니까.

 

퇴근후 집에 들어가면서 항상 우편함을 살피고 들어가는데, 만약 우리 가족에게 온 우편물이 아니면 오배송함에 넣어두곤 한다. 하지만 다른 우편물들과 끼어 들어왔을 때는 생각이 나면 밖에 나갈때 우편함에 넣어두는데, 만일 손글씨로 된 편지가 왔다면 나도 모르게 읽게 될까. 아니, 모르고 개봉했다면, 그 편지를 보낸 인물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몇 달 뒤에 편지를 보낸 소년의 엄마가 또 편지를 보냈다면 말이다.

 

'죽은 올빼미 농장'이라는 곳에 기거하고 있던 소년이 형에게 보낸 편지였다. 형의 안부를 묻고, 죽은 올빼미 농장에서 기거한다는. 아파트에 기거하고 있는 '나'는 '인형'과 함께 휴가를 받아 그 농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주소를 들고 아무리 찾아봐도,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올빼미 농장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룻밤을 묵고 다시 찾아보았다. 주소지를 샅샅이 뒤져 다시 찾아간 그곳에서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있을 뿐이었다. 핑크색 대야 등이 들샘에 파묻힌 상태였다. 함께 간 인형은 그곳이 섬찟하다고 했다. 누군가 살았던 흔적만 있었던 곳이었다.

 

소설 속 '나'는 작사가로 보인다. 프러덕션에서 계약금을 받고 신인 가수의 노래에 사용할 가사를 쓰는 작가다. 작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어렸을 때 들었던 자장가의 가사를 기억하려 애쓴다. 근데 이상한게 함께 살고 있는 인형 또한 그 가사를 알고 있었던 듯 하다.

 

 

 

사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인형의 존재가 의심스러웠다. 처음엔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는 점과 인형과 대화할 때 대화에 사용하는 큰따옴표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나'의 주변 인물이라고는 프러덕션의 김실장과 그의 친구 민, 작곡을 하는 여성스러운 손자가 그 인물이다. '나'가 민의 아파트에 찾아가 그녀가 이끄는 대로 도시의 숲을 거닐던 장면이 떠오른다. 폐허가 된 아파트를 찾아 가 민은 사진을 찍는다.

 

이 장소에서 민이 하는 말은 참 의미심장하다. 무너져가는 아파트 건물이 죽은 올빼미 농장과 같다는 말이었다. 죽어가는 아파트, 이미 죽은 들샘이 있던 올빼미 농장. 그리고 재개발이 들어간다는 소식과 함께 아파트 건물 스스로가 곰팡이를 피어올린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의 『벽은 속삭인다』라는 책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건물 스스로 죽어간다니. 건물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일까.

 

인형과 함께 어렸을 때 들었던 자장가의 가사를 찾아내는 일, 자장가의 가사 전체를 인형과 함께 기억해내고 그걸 신인가수 해이리에게 부르게 했다. 그 전에 몇 소절을 민에게 들려주었지만, 결국 추억을 가진 자만이 자장가의 가사를 기억해냈을 뿐이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회색빛 건물 아파트.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우리의 대부분도 여전히 아파트 숲에서 살아가고 거기에서 생을 다할 지도 모른다.

 

백민석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했더니, 몇 년전에 읽었던 그의 단편집 『혀끝의 남자』의 작가였다. 10년간의 절필 후에 첫 책이라고 했었고, 『죽은 올빼미 농장』은 절필 하기전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다. 이 책 개정판이 작가에게는 많은 의미가 있는 책일 것 같았다. 다른 소설향 시리즈가 궁금해졌다.




Source :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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