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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418 추천수 0 휴~ 2014.12.08 07:35:43

요즘 동부쪽이나 한국에서

눈에 대한 피해가 막대하다는 소식을 대한다.


눈은 우리 사람에게 

어떤 아늑한 포근함을 주는 자연의 선물인 듯싶다.

눈이 내릴 때는 먼산보고 괜히 짖어대는 동네 개들도 팔딱팔딱 뛰기 시작해

아이들은 너나 할 것없이 눈 속으로 뛰어 들어

그 속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놀이들이 있어 참으로 고마운 자연의 현상이다.


그리도 깨끗하고 포근아게 우리네 마음 속에 다가 오는 눈이다.

나에게도 소실적에 눈과 함께 놀던 추억은 풍성하다.


눈사람을 만들려고 눈을 굴리면

흙까지 묻어 나와 하얗게 되지 않아 안타까워 하던 일,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할 수 없는 아이와 눈덩이를 던지며

웃으며 눈싸움을 하는데 그 아이가 눈 속에 얼음을 넣고 던져

그 애가 얼마나 미웠던지 속상해 하던 일,

눈 덮힌 얼음판 위를 걸어가다 얼음이 깨져 물에 빠져 허우적 대던 일,

엄마에게 야단 맞는 것이 싫어 젖은 옷 말린다고 불펴놓고 말리다 

옷을 태워 먹어 더 혼났던 일,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내 추억 속의 나이인 아이들 셋을 키우게 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눈을 즐기러 가서는 

그만 눈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이 생기는 일을 겪게 되었다. 


겨울이 되어

주말을 택하여 아이들과 함께 눈을 즐기러 갔었다.

목적지는 집에서 동쪽으로 약 4시간 정도 떨어진 네바다 주에 있는 

리노(Reno) 라는 도시였다.

그 도시는 네바다주에서 두번째로 큰도시로

라스 베가스 다음으로 도박장이 몰려 있는 곳이고

이곳에서 그곳을 가려면 하이 씨에라(High Sierra) 라는 산줄기가 있어

눈놀이와 카지노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즐기는 안성마춤의 곳이었다.


캘리포니아 주 수도인 새크라멘토(Sacramento)를 넘어

산 속으로 들어가니 눈발이 휘날리고 타이어에 체인을 감아야 한다는 경고가 있어

타이어 체인을 꺼내 내가 스스로 달고 갔다.

자동차는 당시 새로 구입한지 2달 밖에 되지 않은 애큐라 레전드(Acura Legend)로

고급 승용차 종이었다.

체인을 타이어에 감아 주는데 20불씩을 받아 그 돈 아낀다고 

내가 스스로 달아 놓은 것이 결국 문제를 일으켜 자동차가 길가에 서버렸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30분을 기다리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연락하여

차를 토잉하여 예약한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 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 일로 인해 목적지인 리노에 도착하기도 전에 놀이고 뭐고 

심신이 완전히 가라 앉아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아침 새벽에 일어나 움직이지 않은 차를 차분하게 살펴보니

오른쪽 앞바퀴 안쪽으로 한묶음의 전기용 선들이 끊어져 있었다.

가만히 살펴 보면서 끊어진 양쪽 선들을 겉의 색모양을 맞추어가며 다 이어 놓고

다시한번 확인하고 발동을 거니 엔진이 부르릉하고 걸리는 것이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다시 자동차 기어를 앞으로 그리고 뒤로 조금씩 왔다 갔다하니

내 뜻대로 자동차가 움직여 주는 것이었다.

하루를 지낸 모텔를 한바퀴 돌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만 'engine check' 이라는 경고 싸인만 계속 켜져 있고.

아침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하며 끝을 내고

곧바로 근처의 자동차 수리점을 찾았다.

두 군데를 들려도 똑같은 말이었다.

아예 자동차 딜러에 가서 고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저 40 마일 이상은 속력을 놓지 말라는 것이엇다.


그곳에서 제일 가까운 도시는 역시 리노였다. 

다시 아이들고 아내를 태우고 리노로 향했다.

한 시간을 운전해 예약한 곳, Circus Circus 라는 곳에 가서

자초지종을 말하고 하루밤을 묶겠다고 했다. 이왕 놀러 나온 길이었다. 

순전히 내 잘못으로 아이들과 아내에게 참 미안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아이들하고 놀고 있으라 하고 나는 애큐라 자동차 딜러를 찾았다.

그들은 차를 보더니 아예 차를 놓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겠노라고 하며 그냥 차를 다시 몰고 나왔다.

지금 굴러 다니니 괜찮을 듯도 하여

마침 자동차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과 가까히 지내고 있어

그 사람에게 전화하여 사정을 말하니 

그저 50 마일 이상 운전하지 말고 조심해서 몰고 오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단다.

그의 말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어 그냥 몰고 다니기로 했다.

그날 밤까지 아이들은 오락장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나는 김이 빠졌지만 워낙 도박에는 별 관심도 없어 아이들과 같이 놀아 주고...


그 다음날, 

아침겸 점심을 먹고 11시쯤 집을 향해 떠난 길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데

한 시간쯤 걸려 산 기슭에 도달하니

싸리기 같은 눈발이 서서히 흩날리기 시작했다.

차 속력도 20 여마일로 줄여 천천히 운행하기 시작했고.


산 중턱 쯤에서는 싸라기 눈이 더 작아지며 안개눈으로 변했다.

길가에 서있는 나무가 흐리게 보이더니 얼마 가지 않아

앞서 가던 자동차가 안개눈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것이 었다.

자동차 밀러로 뒤를 보니 따라 오면 자동차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약간 자동차를 우측으로 몰아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가니

좌우사방, 위 아래가 전혀 분간하지 못하게 하얀 색으로 변해 있었다.

공기 마져 하얀색으로 변한 그런 분위기가 되어 있어

바로 내 코 앞에 있는 자동차 정도만 분간할 수 있는 완전 하얀 세상으로 변해 버렸다.

내 생전 처음으로 겪는, 정말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하얀 속의 세계였다.


차를 움직인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앞으로 가자니 그냥 하얀 속을 향에 가는 것인데

사방이 분간이 되지 않고 모두 하얀색으로만 되어 있으니

방향감각이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곳, 하얀 색 한가운데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차 밖으로 나오면 내 몸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하얀색으로 변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쉬는 숨도 밖으로 나오면 하얗게 변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차 안의 좁은 공간에서 아이들 셋, 그리고 아내와 나는

추워지면 시동을 걸어 훈훈하게 만들고 

개스를 아끼기 위하여 또 시동을 끄기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앉아 있어야만 했다.


거의 세 시간을 그렇게 보냈을까,

안개눈이 조금씩 걷히면서 바깥 형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길 옆으로 나무가 보이더니

내 차의 앞과 뒤에 서 있는 자동차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내 앞 차가 움직이지 않아 그대로 서 있는데

차 한대가 반대 방향에서 나타나며 확성기로

대피소가 마련 되어 있으니 눈이 치워진 쪽으로 따라 가라는 것이었다.

그때 서서히 어두움이 오기 시작했다.

느릿 느랫 앞 차를 따라 지시한 곳이로 가니 고등학교가 나오고

그 강당에 임시 피난처가 마련되어 있었다.

내 나라 땅에서도 단 한번도 재해의 피해를 입지 않았었는데

남의 나라 땅에서 졸지에 이재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300 여명이 족히 넘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옹기종기 모였다.

우리 가족도 한쪽을 차지하고 차 안에 있던 먹을 것들과 뒤집어 쓸 것들을 가지고 왔다.

조금 있으려니 피차가 공급되었다. 무료였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짹짹 대는데 

엄마 아빠의 인상이 더러우니 좀 까불다 풀이 죽곤 했다.

그리고 사람 당으로 담요 한 장씩 제공되었다.

물론 강당 안은 따뜻했다. 


그렇게 대비해 준 당국이 참 고마웠지만

가장인 나는 잠이 제대로 오질 않았다.

자동차 문제에 눈사태까지 겹쳐 일어 났으니....

아이들은 뭔 일들을 그렇게 많이 했는지

코까지 고롱고롱 골며 자는데

나는 염려과 근심으로 잠을 못 이루다 지쳐 잠이 들었다.


어쩌다 깨어 시간을 보니 아침 8시였고

옆에서 자리하던 가족들도 군데 군데 빠져 나간 듯 비어 있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관리인인듯한 사람에게 물어 보니

길이 다행스럽게도 뚤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 또 막힐지 모르니 떠나려면 즉시 행동하라는 것이었다.


곧바로 아이들과 아내를 깨워 세수고 뭐고 할것 없이

화장실만 들리고는 곧바로 운전대를 잡았다.

산 정상으로 난 길 옆은 내 키 정도의 높이로 눈이 쌓여 있었다.

20 마일정도로 서행을 하며 나갔다.


눈으로 길 양쪽에 성을 쌓은 듯한 길을

운전대를 꽉 잡고 서서히 조심조심하여 운전을 했다.

산 정상까지 보통 30 여분이면 걸리는 거리를 4시간을 주행해  도달았다.

내리막길에 다다라서 잠시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오니

긴장이 탁풀리고 어깨가 쑤셔오는 것이었다.

얼마나 힘을 주고 운전을 했는지.....


새크라멘토까지 내리막길이었는데

가끔 50 마일을 넘어 60 마일까지 달리기도 했다.


그 후부터 '눈' 하면 고개가 제절로 옆으로 흔들려 진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정말 무서웠던 눈의 추억이 내 마음에 각인되어 지금도 자리하고 있다.


사족:


아무리 이 세상에서 좋은 것이라도

넘치거나 과하면 고통의 근원으로 다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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